"안전 조치를 강화하면 라인이 느려진다." 로봇을 쓰는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에요. 안전과 생산성이 서로 맞바꾸는 관계라는 전제인데, 실제 데이터는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세이프틱스가 분석한 협동로봇 4개 현장의 충돌위험지수(CRI)를 놓고, 이 통념이 사실인지 짚어 볼게요.
'협동로봇이니 안전하다'는 가정은 왜 무너지나
한 용기 제조 현장의 사례가 출발점이에요. 협동로봇이 용기를 집어 상자에 적재하면, 작업자가 바로 곁에서 적재 상태를 바로잡고 포장을 마무리하는 공정이었습니다. 상자가 낮은 컨베이어 위에 놓여 있어 작업자는 매번 상체를 숙여 로봇의 동작 범위 안쪽까지 손을 뻗어야 했어요. 그럼에도 현장은 '협동로봇이니 안전하다'는 전제 아래 충돌 감지 보호정지 한 가지에만 의존하고 있었죠. '협동'이라는 이름과 기본 탑재된 충돌 감지 기능이 함께 주는 안심이, 별도의 정량 검증 없이도 안전하다는 믿음을 만들거든요.
세이프틱스는 충돌 안전성을 충돌위험지수(CRI, Collision Risk Index)로 정량화합니다. CRI가 1 이하여야 표준(KOROS 1162-1, 인체 통증 한계)을 만족해요. 실제 사이클 속도로 평가한 이 현장의 초기 CRI는 3.065, 허용 한계의 약 3배였습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감지'와 '안전'이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에요. 로봇이 충돌을 '감지'한다는 사실과 그 충돌이 '인체에 안전하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충돌 감지 기능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부딪혔을 때 인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인지는 별개예요.
라인을 세우지 않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나
대응은 로봇 교체가 아니라 응용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었습니다. 순서는 이래요. 먼저 로봇이 실제로 움직여야 하는 범위로 동작 공간을 한정해, 설정한 경계를 벗어나면 즉시 멈추도록 했어요. 그 안에서는 속도와 힘을 낮춰, 접촉이 일어나더라도 접촉력·압력이 인체 허용치를 넘지 않게 조정했습니다(PFL, 동력·힘 제한).
핵심은 작업자가 가까이 왔을 때의 처리 방식이에요. 흔한 방법은 작업자가 접근하면 로봇을 멈추는 것이지만, 이 경우 안전은 확보되어도 사이클 타임이 깎여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이 현장은 다르게 갔어요. 작업자가 안전매트를 밟으면 로봇을 세우는 대신, PFL 기준을 만족하는 안전 속도로 낮춰 가동을 이어가도록 했습니다.
재평가 결과 CRI는 0.95로 내려가 표준을 만족했고, 정지로 사이클 타임을 깎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과 수치만이 아닙니다. 초기 진단(3.065), 적용한 조치, 재검증(0.95)이 하나의 이력으로 이어져 남았다는 점 — 그것이 곧 '운영했음의 증거'입니다.
다른 현장도 같은가 — 4개 현장의 CRI
한 현장의 결과만으로는 우연일 수 있어요. 세이프틱스가 PFL로 안전을 확보한 다른 현장들도 같은 패턴을 보입니다. 모두 '협동로봇이니 충돌 감지만으로 충분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지만, 정량 평가는 다른 답을 내놓았어요.
| 업종 · 공정 | 로봇 가반하중 | 협동 방식 | 조치 전 CRI | 조치 후 CRI |
|---|---|---|---|---|
| 용기 제조 · 적재·포장 | 10kg | PFL+SSM | 3.065 | 0.95 |
| 반도체 부품 · 머신텐딩 | 5kg | PFL | 1.2 | 0.85 |
| 이차전지 · 팔레타이징 | 20kg | PFL | — | 1 미만 |
| 대형 급식 · 조리(국·탕·볶음) | 20kg | PFL+SSM | — | 0.526 |
기준: KOROS 1162-1(통증 한계), CRI ≤ 1이면 표준 만족. '—'는 초기 상태 CRI 미기록. 분석: SafetyDesigner.
표에서 읽어야 할 한 가지가 있어요. 위 현장 4곳 어디에서도 로봇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로봇이 아니라 '응용'의 설계와 그 검증·기록이었어요. 새 로봇을 사거나 라인을 새로 짜는 대신, 이미 있는 로봇의 동작 공간·속도·접근 처리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것만으로 표준을 만족시켰습니다.
가반하중이 5kg인 현장과 20kg인 현장이 함께 표준을 만족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로봇이 무겁고 힘이 셀수록 위험이 크리라 짐작하기 쉽지만, 조치 후 CRI를 가른 것은 하중의 크기가 아니라 응용을 어떻게 설계하고 검증했는가였어요.
안전 속도의 근거는 어디서 나오나
'정지 대신 안전 속도'라는 접근이 성립하려면, 그 '안전 속도'가 무엇을 근거로 정해지는지가 분명해야 해요. 임의로 느리게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기준은 CRI예요.
CRI ≤ 1을 만족하는 최대 운전 속도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속도까지는 접촉이 일어나도 인체 허용 범위 안이라 안전이 확보되고, 그 최대치를 택하므로 생산성 손실은 최소화돼요. 즉 안전 확보와 생산성 유지를 동시에 겨냥하는 지점이 CRI ≤ 1이라는 정량 기준 위에서 정해집니다. '느리게 해서 안전하게'가 아니라 '표준을 만족하는 가장 빠른 속도'를 찾는 문제인 거예요.
Safetics View
현장에서 반복해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안전과 생산성은 맞바꾸는 관계가 아닙니다. 제대로 설계된 응용은 사람을 보호하면서도 라인을 세우지 않아요. 관건은 로봇의 성능이 아니라 응용을 어떻게 설계하고 검증했는가에 있습니다. 세이프틱스는 안전을 비용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공정을 떠받치는 조건으로 다룰 때 그 값이 드러난다고 봐요.
개정 대응,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정리했습니다.
왜 '했는가'가 아니라 '운영했는가'가 기준이 되었는지는 딥리포트에서 다룹니다 → 위험성평가, 이제 '했는가'가 아니라 '운영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