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산안법 개정을 두고 "위험성평가가 권고에서 의무가 되었다"는 설명이 자주 보여요. 그런데 정확한 설명은 아닙니다. 위험성평가는 개정 전에도 의무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바뀐 것은 그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결과입니다. 이 글에서는 개정이 실제로 무엇을 바꿨고 무엇을 바꾸지 않았는지 정리해 볼게요.
먼저 사실관계부터 볼게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안(법률 제21374호)은 2026년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6년 2월 19일 공포되어 2026년 6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위험성평가 관련 개정 내용은 시행일 이후 실시하는 위험성평가부터 적용돼요.
위험성평가가 '권고에서 의무'로 바뀐 것인가
아닙니다. 위험성평가는 개정 이전에도 산안법 제36조상 지켜야 하는 의무였어요. "권고가 의무가 되었다"는 설명도, "법·고시의 정의가 달라져 새 절차가 생겼다"는 설명도 사실과 다릅니다. 위험성평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 절차인지는 원래부터 정의돼 있었거든요.
바뀌지 않은 것은 그 기술적 내용입니다. 유해·위험요인 파악 → 위험성 추정·평가 → 허용 가능 여부 판단 → (필요 시) 감소조치 → 재평가 → 반복 → 허용 가능한 수준 도달. 이 절차는 ISO 12100과 고용노동부 고시에 이미 규정돼 있던 과정이에요. ISO 12100의 정식 명칭 자체가 'Risk assessment and risk reduction'으로, 위험성을 추정·평가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감소조치와 반복까지를 하나의 절차로 묶습니다. 2026년 개정이 새로 만든 절차는 없어요.
바뀐 것은 법적 강제력입니다. 종전에는 위험성평가가 의무였는데도 미실시·미이행 자체에 직접 과태료가 없었어요. 제재가 사후적·간접적이었고, 그래서 실효성이 약했습니다. 개정법은 실시·근로자 참여·결과 공유·기록 보존이라는 핵심 의무에 직접 과태료를 신설해 이 공백을 메웠어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026년 개정이 바꾼 것은 위험성평가의 내용이 아니라 법적 지위(강제력)입니다. 기업이 받아야 할 메시지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라"가 아니라 "원래 표준대로 했어야 할 것을, 이제는 하지 않으면 직접 처벌받는다"예요.
무엇에 과태료가 부과되나 — 5대 의무
개정법이 직접 과태료를 신설한 핵심 의무는 다음 다섯 가지입니다.
| # | 의무 | 관련 조문 | 과태료 |
|---|---|---|---|
| 01 | 위험성평가 실시 | 산안법 제36조 제1항 | 1,000만 원 이하 |
| 02 | 근로자 참여 | 산안법 제36조 제2항 | 500만 원 이하 |
| 03 | 근로자대표 참여 보장 | 산안법 제36조 제3항 | 500만 원 이하 |
| 04 | 결과 공유 | 산안법 제36조 제4항 | 500만 원 이하 |
| 05 | 기록·보존 | 산안법 제36조 제5항 | 300만 원 이하 |
조문은 산안법 제36조 각 항 · 5대 의무 구분은 세이프틱스 정리(공식 별표는 참여·공유를 통합) — 자사 분석 기준.
이 표에서 읽어야 할 핵심은 액수가 아니에요. 위험성평가가 더 이상 '실시했다'는 사실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근로자가 참여했는지, 그 결과를 공유했는지, 기록을 보존했는지가 각각 별도의 과태료 대상이 되었어요. 제재의 단위가 '평가의 존재'에서 '평가 운영의 각 단계'로 잘게 쪼개진 겁니다.
언제부터 적용되나 — 단계 적용과 그 단서
개정법 시행일은 2026년 6월 1일이지만, 과태료 부과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됩니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7년,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8년부터예요.
다만 여기에 놓치기 쉬운 단서가 하나 있어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장 규모나 단계 적용 일정과 무관하게, 위험성평가 이행 여부가 즉시 책임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단계 적용은 평상시 과태료 부과를 유예해 줄 뿐,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 판단까지 미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준비를 늦출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실제로 이 지점은 형사책임과 곧바로 연결됩니다. 수사기관은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연계해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따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이 연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남겨야 방어가 되는지는 산안법 위반은 어떻게 '형사책임'으로 이어지나에서 따로 다룹니다.
'실시했다'만으로는 왜 부족한가
개정은 평가의 '실시'뿐 아니라 그 운영 방식까지 구체화했어요. 앞의 5대 의무가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항목별로 보면 이렇습니다.
근로자 참여는 순회점검·설문조사·인터뷰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면 참여를 보장해야 합니다. 평가 결과 공유는 안전보건교육·설명회·사업장 게시 또는 서면·전자적 방법으로 통지하는 형태로 이행해요. 특히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를 통해 상시 주지해야 합니다.
기록 보존은 단순 보관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위험성평가 기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조치 이행 서면'에 해당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3년이 아니라 5년 보존을 권고해요. 이 각각이 앞서 본 것처럼 별도의 과태료 대상이라는 점이, '평가서 한 부'로 의무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Safetics View
2026년의 변화를 '과태료가 생긴 개정'으로만 읽으면 핵심을 놓칩니다. 위험성평가는 원래부터 의무였고, 표준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정해 두었어요. 달라진 것은 하나입니다 — 이제는 '했다'가 아니라 '운영했다'를 증명해야 해요. 세이프틱스는 이 지점에서 컴플라이언스를 목표가 아니라 출발선으로 봅니다. 법을 충족했는지가 아니라, 그 평가가 현장에서 살아 움직였고 그 흔적이 남았는지가 진짜 기준이니까요.
개정 대응,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정리했습니다.
개정 이후 로봇 사용 기업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는 딥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 위험성평가, 이제 '했는가'가 아니라 '운영했는가'

